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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재테크 마인드

금값은 항상 오를까? 금이 안전자산이 아닌 이유

by 40살에 은퇴 2020.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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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환화폐란?

생각해보면 참 희한합니다. 금이라는 것은 하나의 광물에 불과한데 가격은 정말 비쌉니다. 채굴 비용이나 인건비 등 여러 요소들이 결합된 가격이겠지만, 대체 왜 이렇게 비쌀까요? 그리고 금은 점점 더 채굴되어 절대량이 늘어날 텐데 왜 금값은 떨어지기는커녕 더 오르는 것일까요? 금은 경제상황이 불안정할 때 가격이 더 오르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은 정말 가지고 있기만 하면 무조건 오르는 안전자산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태환화폐와 불태환화폐, 그리고 금의 특징에 대해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태환화폐는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와는 많이 다른 개념입니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지폐보다 금, 은 등이 화폐로 널리 쓰였습니다. 화폐로 쓰기 위해 금과 은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불편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태환화폐를 만들게 됩니다. 특히 미국의 화폐인 달러가 금 태환화폐로써 세계적인 인정을 얻게 된 이후, 달러가 널리 쓰이게 됩니다. 태환화폐는 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진 지폐입니다. 은행에다가 태환화폐를 가지고 가면 일정량의 금과 교환해주는 시스템입니다. 거래를 금 대신 금을 대표하는 화폐로 대신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이후 국고가 바닥을 치게 된 미국은, 더 이상 세계 곳곳에서 변환을 원하는 태환화폐를 금으로 바꿔줄 여력이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1970년대에 들어서 미국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불태환 선언을 하게 됩니다.

불태환화폐란?

불태환화폐는 태환화폐의 다른 말로, 요즘 우리가 쓰는 지폐를 생각하면 편합니다. 우리가 달러나 원화를 은행에 가져다준다고 해서 은행이 우리에게 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이제 금 자체가 아닌, 각 나라의 신용을 믿고 종이조각을 화폐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금을 대표로 삼지 않더라도 각 나라의 위상이 있으니 불태환화폐를 사용하더라도 국제 무역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습니다.

금의 특징

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축통화인 달러만큼 세계적인 신용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어떤 상인이 물건을 판매한다면, 그 상인은 달러로 받든 금으로 받든 흔쾌히 물건을 거래할 것입니다. 그만큼 금은 달러와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는 화폐입니다. 또한 달러도 환율이라는 가격이 있는 것 처럼 금도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가격이 정해집니다. 여느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과 달러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금은 애초에 태생부터가 채굴과 여러 부가 작업이 필요한 광물인데, 달러는 미국에서 손쉽게 찍어낼 수 있는 종이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확장재정 정책을 펼칠 때, 굴착기를 추가 생산해서 금을 마구 채굴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지폐를 더 생산하여 나라 곳곳에 뿌리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금은 지폐에 비해 공급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금값은 왜 오를까? 금값은 항상 오를까?

시장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일 때 주로 금 가격은 오릅니다. 공급 측면을 따져보면 굉장히 간단합니다. 시장에 1달러 어치의 금과 1달러가 풀려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갑자기 경제가 너무 위축되어 미국 정부가 달러를 마구잡이로 풀겠다고 선언합니다. 금은 여전히 1달러어치밖에 없는데, 달러는 3달러가 풀려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공급이 늘어난 달러의 가치는 낮아지고, 공급이 비슷한 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금과 달러는 똑같이 화폐의 기능을 하지만, 달러가 넘쳐난다면 당연히 그 달러로 금을 사려는 사람도 늘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달러 가치의 하락과 금에 대한 수요 증가로 금값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됩니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아닙니다. 위 사진인 미국의 금 etf 시세 추이만 보셔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발 경제위기 때도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의 경제 위축에는 금값이 상승하지만,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동반하는 거대 경제위기에는 금값도 마찬가지로 휩쓸려 나갑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공포에 빠지면 현금 보유에 급급하고 소비와 투자를 급격히 줄입니다. 시장과 은행 모두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풀려있는 돈을 회수하여 자신의 집에 있는 금고에 꽁꽁 숨겨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달러 공급은 줄어들어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금의 공급도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공급량이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공포 속에서 현금을 보유하기 위해 사람들은 주식에 이어 금마저 팔아치우기 시작합니다. 금의 수요는 낮아지고 자연스레 금값도 하락하게 됩니다. 주가와 금값 모두 내리막을 걷게 되는 것입니다.

마침내, 금은 정말 안전자산일까?

여기까지 읽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당연히 안전자산이 아닙니다. 그저 변동성이 낮은 투자상품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거대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에도 굳건히 버텨주는 금융상품을 안전자산이라고 부르지, 휩쓸리는 금과 같은 상품을 안전자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금에 대한 환상과 이전 대비 우상향 한 금값 때문입니다. 우상향한 것은 금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금에 대한 환상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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